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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0_사람이 마시는 수돗물, 왜 열대어는 죽을까?
2019년 07월 384 12511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0

 

수돗물의 염소소독

 

사람이 마시는 수돗물, 왜 열대어는 죽을까?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교수

 

 

 

수돗물을 마셔도 되나요? 수질을 연구하는 필자가 흔히 받는 질문이다. 정부에서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홍보하는데, 한편에서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불신하며 정수기를 쓰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사실 수돗물은 마셔도 안전하지만 미량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니, 양쪽 주장이 다 맞다.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것은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수인성 전염병의 감염 우려가 없고 단시간 내에 질병에 걸릴 수 있는 오염물질이 없다는 뜻이다. 식수에 병원균이 없는 것만으로도 백 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고, 아직도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는 후진국 사람들과 비교하면 행복이라고 볼 수 있겠다.
병원균이 없는 이유는 염소로 살균을 하기 때문인데, 백 년 전 식수를 살균하기 시작하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환경학에서는 이로 인하여 인구가 폭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아직도 수돗물은 대부분 염소로 살균하고 있으니, 염소가 가장 좋은 살균제라는 뜻이겠다.
염소라는 원소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하나는 소독제로 쓰이는 염소가스(Cl2) 또는 차아염소산이라는 물질이고, 또 하나는 염소이온 또는 염화이온으로 불리는 Cl- 이온으로 소금의 주성분이다. 염소가스는 주변의 전자를 강력하게 끌어들여 자신은 염소이온으로 변화하는데 이때 전자를 빼앗긴 세포의 구성물질들이 산화되어 미생물이 죽는 것이다. 즉, 염소가스는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이고 염소이온은 무해한 물질이다. 수돗물의 소독에는 바로 이 염소가스가 사용된다.

 

 

염소살균제가 야기한 물고기 대량 폐사

 

염소살균제는 가스 형태로 사용되는 것도 있고 차아염소산칼슘이라는 분말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이 분말은 과거에는 클로로칼키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재래식 화장실의 소독에도 쓰이고 전염병이 생기면 흔히 우물 소독제로 등장하는 약품이었다. 세척용 표백제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요즘은 세제와 혼합하여 락스라는 상품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염소계 표백제이다. 염소가스의 가장 좋지 않은 용도는 1차대전 중 화학무기로 사용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염소가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염소가 하천에서 어류 폐사의 원인이 되는 사례도 흔히 있다. 열대어를 사육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수돗물을 바로 어류에게 넣어 주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염소를 염소이온으로 바꾸어 주는 환원제를 미리 넣어 주어야 한다. 어류는 염소에 민감하여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미량으로도 물고기는 죽을 수 있다. 외국에서는 염소소독을 한 수영장 물을 방류하여 어류를 죽이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하천에서 염소로 인하여 어류가 대량 폐사한 사고로서 필자가 접한 첫 사례는 30여 년 전 당인리 화력발전소였다. 한강 하류 당인리 인근에서 어류가 대량 폐사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서울시의 관계자가 원인에 대해 자문을 구해 왔다. 여러 가지 정황을 조사한 결과 발전소에서 염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발전소는 냉각수를 많이 사용하는데 도수관에 미생물이 붙어살고 담치류의 조개도 부착하여 증식하므로 도수관이 막히는 피해가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해 부착생물을 죽이는 방법으로서 주기적으로 염소소독을 한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어류들이 따뜻한 방류수를 찾아와 모여 있다가 소독을 할 때에 떼죽음한 것으로 추정하고, 서울시로 하여금 발전소에 염소 사용을 중지하도록 요청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후 어류 폐사가 없어졌다고 하니 아마 발전소에서 도수관 소독에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 2005년에 소양강 상류의 인북천에서 20km에 이르는 긴 구간에서 어류가 대량 폐사하는 사고를 접하게 되었다. 겨울동안 얼음에 덮여 있는 하천에서 어류가 죽어 있다가 얼음이 풀린 후에야 발견한 것이다. 그 외에도 강원도 내의 청정한 하천 여러 곳에서 어류 폐사가 발생하였다. 필자는 그 원인 조사를 의뢰받아 수질을 조사하였는데 추정한 원인은 군부대에서 하수를 염소로 소독하여 방류한 것이었다. 군부대 인근에서 주로 어류 폐사가 발생한 의문이 풀린 것이다.
자료를 조사해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도시하수 처리 후 방류수를 염소로 소독하여 어류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하수의 염소소독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고 지금은 염소소독을 하지 않는다. 춘천시의 하수처리장에도 염소소독이 아닌 자외선 살균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수돗물 끓이면 약냄새 나는 이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살균제로서 좋은 염소가 수돗물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염소가 물속의 유기물과 결합하여 발암물질을 만들기 때문인데, 특히 낙엽이나 퇴비가 썩어서 만들어진 부식질은 더욱 많은 유해물질을 만든다. 대표적인 물질이 트리할로메탄(THM)인데 원수가 깨끗하지 않고 부식질이 많을수록 더 많이 생성된다.
그러나 수돗물이 음식의 조리과정에 유해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염소는 조리과정에서 음식과 가열하면 약냄새를 풍기는 유해물질을 생성한다. 염소가 많은 수돗물로 곧바로 차를 우려내면 이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수돗물을 마시기가 께름칙하여 보리차를 끓였는데 오히려 유해물질을 더 많이 생성하는 것이다. 대책은 조리하기 전에 미리 끓여서 염소를 휘발시켜 없앤 후에 차를 넣어 끓이거나, 숯가루가 들어 있는 간단한 정수기를 통과시킨 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조리과정에서 생성되는 유해물질은 미량이므로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정도이지만 요즘 사람들 눈높이가 까다롭다보니 이런 것까지 따지면서 산다. 그래서 요즘 정수장에서도 소독 시 유해물질 생성을 줄이기 위해 염소가스 대신 이산화염소로 대체하였고, 오존이나 자외선 살균을 사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1 염소소독제를 사용한 수영장 물을 하천에 방류하여 어류가 폐사한 캐나다의 사례.(사진 밴쿠버쿠리어)
2 트리할로메탄의 일종인 클로로포름. 수돗물의 염소소독제가 부식질과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유해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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