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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꽁트 씁새 (282)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2019년 12월 543

낚시꽁트 씁새 (282)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11월의 첫 일요일이라지만, 새벽 공기는 그리 차갑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여.”
호이장 놈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새벽 4시30분. 아직 낚시점은 문을 열지 않았고, 어두운 앞마당을 낚시점의 조명만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하나 둘 오늘 낚싯배에 탈 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진즉에 문어 오자니께… 인자는 끝물이여. 넘들이 다 빼먹은 담에 뭔 문어를 치겄다는 겨?”
여전히 회원 놈은 입이 댓발 나와서 궁시렁대는 중이었다.
“지랄 말어. 인자부텀은 대물 문어들이 나오는 시기여.”
씁새가 호이장 놈의 커피를 빼앗아 마시며 말했다.
“대물도 좋고, 뭐든 좋은디, 겨우 낱마리 나오는 거 아녀? 그냥 우럭 생미끼 가자니께 따문 따문 나오는 문어를 잡겄다고 난리여? 갑이(갑오징어)두 겨우 열 댓 마리 나오구 주꾸미두 낯짝 보기 어렵다는디. 인자 발 달린 물괴기는 파장났다니께.”
여전히 회원 놈은 불만이 가득했다.
“우럭은 겨울에두 가구, 사시사철 갈 수 있는 거 아녀? 막판 문어 한번 가자는디, 뭣이가 불만여? 썩을 놈아!”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겨울에 우럭 잡을라문 침선 갈 거 아녀? 이 나이에 한겨울 침선 한 번 타봐라! 온 삭신이 녹아내리는겨. 거기다가 전동릴 쓴다구 헛짓 허다가 작년에 월매나 고생혔어? 그놈의 전동릴 다시는 안 쓸껴!”
“저 쓰벌놈은 아구리를 전동 미싱이루 드르륵 박어야 혀!”
“아나! 이쁘게 박아봐라!”

 

 

 

 


총무놈과 씁새가 바락거리며 떠들고 있을 때였다. 낚시점 주차장 겸 마당으로 새빨간 외제차 한 대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 차안에서 도저히 낚시꾼으로 보이지 않는 젊은 두 남녀가 내렸다. 고급 선글라스와 더 고급 낚시복 그리고 최고급의 장비를 갖춘, 보기에도 문어 따위 험악한 낚시를 할 모양새는 아니었다.
“저 사람덜은 광어나 우럭 생미끼 가는 모냥인디?”
씁새가 두 남녀의 아래 위를 훑어보며 말했다.
“옵빠! 여기야?”
운전석에서 내린 여자가 옆의 남자에게 물었다.
“맞아. 수고했어. 이제 낚시점에서 명부 쓰고 항구로 가서 배를 타면 돼.”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가 대답했다.
“2호 배 타시나봐유? 그 배는 광어여유, 우럭여유?”
씁새가 호기심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네? 우리는 문어배 1호 타는데요?”
젊은 남자가 대답했다.
“오홋! 장비를 보니께 고오급진 낚시를 할 것 같더니만. 문어낚시 하는 겨유?”
“네. 저는 선상낚시 몇 번 다녀봤는데, 제 여자친구가 처음 가는 거예요. 제가 낚시 좋아하니까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옷하고 장비하고 몽땅 커플로 맞추고 데리고 왔지요. 아하하.”
젊은 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려유? 커플끼리 취미가 같으문 마냥 좋지유. 오늘 키로급 문어 잡으문서 재미나게 즐겨봐유.”
씁새가 웃으며 말했다. 젊은 남자의 말대로 두 사람의 복장은 신형 외제 낚시복이었고, 주머니에 달린 소품들도 꽤 고가의 소품들이었다. 낚시점에서 명부를 작성하고 항구로 가서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릴 때도 그 두 사람은 선착장에 있는 낚시꾼들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남녀의 얼굴도 꽤 잘 생겼고, 훤칠했지만, 마치 낚시잡지의 광고모델이 뛰쳐나온 듯, 그들의 복장과 장비는 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젊은 여자가 운전해온 새빨간 외제차도 그렇지만, 그들의 복장과 특히나 최고급의 낚싯대, 아이스박스, 구명조끼 등등, 무엇하나 모자람 없는 낚시모델 그 자체였다. 선착장 가로등 아래에서 그들은 완벽한 모델들이었고, 나머지 여타의 꾼들은 그저 후줄근한 갤러리에 불과했다.
“염병… 총무 놈 돈 처들여서 최신형 장비 구입헌다고 겁나게 구박했드만… 저들에 비하문 총무 놈은 그저 평범한 것이었어…”
호이장 놈이 가로등 아래서 반짝거리는 두 남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지랄! 장비가 우쩌고 저쩌고 혀봐두, 물괴기 잡는 놈이 왕이여! 물괴기가 장비빨 보구서 물어 준대여? 염병!”
씁새가 툴툴거렸다. 배에 오르고 자리 추첨을 끝내자 공교롭게도 두 남녀가 씁새의 바로 옆, 배의 앞머리(선수)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두 분이 연인 사이여유?”
씁새가 자리를 확인하고 장비를 정리하며 물었다.
“오호홋. 네. 우리 내년에 결혼할 사이에요.”
여자가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려유? 미리 축하혀유.”
“감사합니다.”
두 남녀가 같이 대답했다. 배 안에서도 두 남녀는 꽁냥꽁냥 너무도 아기자기 했다.
“옵빠! 이건 뭐야? 어머! 이거 징그럽다! 어머! 옵빠! 이건 물고기처럼 생겼네? 옵빠! 이 쇳덩어리를 달고 하는 거야?”
젊은 여자는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댔고, 젊은 남자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일일이 대답했다.
“그건 에기라고 하는거야. 거기에 날카로운 바늘이 있지? 그걸 그 쇳덩이, 그러니까 추라고 하는 건데, 거기에 세 개 정도 달고 물 밑으로 내리면 문어가 무는 거야. 그 위쪽으로 아까 낚시점에서 산 반짝이를 달아주는 거지. 그러면 문어가 더 잘 잡혀.”
그 후로도 남자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릴을 조작하는 법, 릴대로 고패질 하는 법, 바닥을 찍는 법부터 바닥에 걸렸을 때의 요령, 문어의 움직임과 끌어 올리는 법 등등. 남자의 말에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했고, 그 남자를 쳐다보는 여자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질 듯 했다.
그리고 젊은 여자는 채비를 만들기 여념 없는 사람들에게 보온병에 담긴 커피까지 나눠주었고, 배에 탄 낚시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인원 파악이 끝나고 신분증 확인도 끝나자 선장이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등도까정 갈라문 한 시간은 걸리니께 선실로 들어가유. 배가 달리기 시작하문 바닷물 들이쳐서 옷 다 버려유.”
씁새가 젊은 여자에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씁새가 먼저 선실로 들어갔고, 배 뒤의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자가 배 앞의 여자에게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야! 거기에 가방이랑 태클박스를 들고 와! 낚시가방은 거기 두고. 내가 가서 채비 할 거니까.”
물론 남자가 가서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와야 했지만, 채비를 만드는 꾼들과 선실로 들어가려는 꾼들로 통로는 복잡한 상태였다. 씁새가 선실로 들어가 막 누우려고 할 때였다.
“아악! 어뜨케! 어뜨케!”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리고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씁새와 호이장, 회원 놈이 부리나케 뛰어 나갔고, 나머지 꾼들도 우르르 여자의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몰려갔다. 배는 한참을 달리는 중이었는데, 여자는 통로에서 주저앉아 금방이라도 울 듯한 모습으로 망연자실해 있었다.

 

 

 

 


여자가 가방과 장비박스를 들고 오다가 배가 흔들리며 균형을 잃고는 옆에 놓인 낚시가방을 붙잡고 버티려다가 그것마저 몽땅 바다로 빠트린 것이었다. 여자의 옆에는 아이스박스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워메… 뭔 사단이여…”
씁새가 여자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야이씨! 그 장비가 얼마짜린데! 낚시가방까지 빠트리면 뭘로 낚시를 해! 그거 하나 조심하지 못하고 뭐 한 거야! 배가 움직이면 가만히 있든가! 아나! 썅! 내가 갈 때 까지 그냥 있던가! 아씨!”
남자는 불같이 화를 내고, 여자는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옵빠가 가져오라매! 나… 나는… 한꺼번에… 다 들고… 가려고… 했는데… 엄마! 어뜨케…!”
여자가 목 놓아 울며 말했다. 이미 배는 떨어트린 지점에서 한참을 떨어져 달리는 중이었고, 되돌아간다고 해도 그 무거운 장비들이 물 위에 떠 있을 리 만무했다.
“야이썅! 그 장비들 살라고 돈이 얼마 들었는지 알아? 아이씨!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어느새 아까의 꿀 떨어지던 상냥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험악해진 남자는 계속 씩씩거리고 있었다. 선장이 자신의 낚싯대를 빌려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남자는 계속 값비싼 장비 타령이었다.
결국 꾼들 모두가 나서서 여자에게 무거운 짐 들고 오게 한 남자의 태도를 나무랐고, 곧 결혼할 새댁에게 너무 한다고 야유를 보냈고, 그깟 장비보다 사람이 안 빠진 게 천만다행이라며 남자에게 질타를 해댔으며, 저렇게 착하고 예쁜 여자를 욕설로 혼내는 남자에게 욕설이 되돌아갔다.
착하고 상냥한 여자에게 모든 꾼들의 응원이 쏟아지자 갑자기 여자가 일어서더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비싼 옷을 바다로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옵빠는 개뿔! 너 혼자 잘 처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는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선실로 들어가자 남자만 통로에 우두커니 서서 꾼들의 욕을 듣고 있었다. 낚시하는 내내 여자는 선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남자는 아이스박스에 홀로 앉아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낚시가 끝나고 돌아와서는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항구를 빠져 나가려고 할 때, 우리는 다시 선착장에 홀로 서있는 그 남자를 보았다.
“여자친구가… 차 끌고 혼자… 가 버렸어요… 서울까지 가야 하는데… 휴대폰두 차에 있는데…”
선착장의 노을을 배경으로 쓸쓸히 서있는 남자의 모습 위로 공교롭게도 바로 앞 가게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누가~ 이 사람을~~ 모오르시이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끝)
(여러분… 낚시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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